[토막상식] Sterile과 Aseptic의 차이는 무엇일까?
# 세줄요약
1. 무균(Aseptic) : 병원성 미생물이 없음
2. 멸균(Sterile) : 모든 종류의 미생물이 없음
3. 무균 상태에서도 오염이나 추가 감염은 일어나지 않으니 안심하자.
0. 무균과 멸균의 차이점은?
불과 몇 주 전 종영한 슬기로운 의사생활2를 정말 재미있게 보면서, 동시에 의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코로나19와 각종 백신 등, 요즘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화두 역시 보건위생과 관련된 것이었으며,
줄겨보는 유튜버인 '닥터프렌즈' 역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가득 던져주고 있어서 요즘 내 삶은 의학과 보건학으로 채워지고 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수술하기 전, 의사들이 베타딘을 이용해 손을 꼼꼼이 씻는 장면을 보며 궁금한 점이 하나 생겼다.
수술할 때 Aseptic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저렇게 노력하는데, aseptic(무균)과 sterile(멸균)의 차이가 무엇일까?
1. 단어의 뜻부터!
얼핏 단어의 뜻에서 유추해보면 무균은 균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 멸균은 기구를 이용해서 균을 제거하는 행동같이 느껴진다.
실제 무균과 멸균의 뜻은 다음과 같다.
- 무균 : "병원성 미생물(세균과 바이러스를 포함하여)에 의한 오염에서 안전하도록 처리한 상태"
- 멸균 : "모든 살아있는 미생물을 완벽하게 제거한 상태"
무균 상태는 병원성 미생물이 없다면, 즉 오염이 없도록 한 상태이며 비병원성 미생물의 생존 여부는 무균 상태에 포함되지 않는다.
오히려 멸균의 뜻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무균 상태에 적합하다. 말 그대로 균(박테리아)나 진균(곰팡이), 바이러스 등이 하나도 남지 않도록 유해성에 무관하도록 온전히 없애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해가 생길 수 있을 거 같은데, 수술로 인한 2차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무균 조치만으로도 충분하다.
오히려 손을 멸균 상태로 만드려면 열과 약품을 사용해 강력하게 처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의사님의 손은 이미 너덜너덜해질지도 모른다.
베타딘을 활용한 손 세척에는 솔을 사용해서 꼼꼼하게 하는데, 어떤 의사의 말로는 충분히 씻도록 언급하고 불시에 세척시간을 점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보통 병원마다 다른 제품을 사용하지만, 일회용 제품 중 한 쪽에는 스펀지, 다른 쪽에는 부드러운 솔로 되어있는 제품을 사용하거나,
구두솔처럼 생긴 뻣뻣한 솔에다 베타딘 용액을 활용해서 세척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무튼 우리를 치료해주시는 의사님들이라면 손 세정을 제대로 할테니, 괜한 걱정은 접어두자.
2. 무균과 멸균에 대한 사소한 의약적 지식
의약계에서 무균 상태의 중요성은 아주 오래 전부터 경험적으로 획득되었다.
1890년대 Joseph Lister란 영국의 의사는 수술도구 등에 페놀을 사용하는 무균수술법을 최초로 확립하였고, 의학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한다.
그 이전까지의 외과적 수술에서는 성공적으로 수술이 끝났더라도, 2차 감염으로 인해 고통받는 경우가 당연했다는 뜻이다.
현재에는 수술도구, 의약품 뿐만 아니라 단순 검진용 소모품조차 무균 상태를 철저히 유지하도록 생산된다.
덕분에 평균수명도 올라가고, 공중 보건의 수준도 매우 높아진 것이다.
수술 전에 의사님들이 사용하는 베타딘이라고 하는 약품은 한 회사의 상표인데, 주성분은 포비돈요오드다.
용어가 익숙하다면 당연한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빨간 약"의 주성분이니까.
그런데 이 성분은 투명하기도 하고, 거품을 통해 작용을 확인할 수 있어 우리가 더 선호하는 과산화수소보다 더 강력하고 확실한 살균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에볼라 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의 소독에도 강한 효과가 있다고 하여 뉴스를 타기도 했다.
3. 무균과 멸균에 대한 사소한 식품학적 지식
식품에 있어서도, 무균가공의 중요성은 누구라도 금방 알 것이다. (TMI.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식품, 의약품 제조기준을 cGMP라고 한다)
무균가공법이 없다면, 라면을 끓여먹으려고 뜯었는데 곰팡이가 피었다던지, 통조림을 열었는데 이미 다 써었다던지 하는 말도 안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다.
식품을 무균으로 가공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그 역사가 오래되었는데, 2차 세계대전 중에 벌써 상업적으로 도입되었다.
군대의 식량 물자를 안전하게 운반하기 위해 도입했다고 하는데, 대신 당시에는 통조림 뚜껑을 밀봉하기 위해 납을 사용했다. 그래서 통조림을 먹는 병사 중 납 중독을 호소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하며, 오늘날까지 많은 미국인들이 양철 등의 용기를 통해 납을 접한다고 한다. 맙소사...
무균가공은 보통 멸균한 용기와 멸균한 내용물을 무균 상태에서 포장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여기서 무균과 멸균 사이의 중요한 관계를 찾을 수 있다.
즉, 무균처리는 멸균 상태인 물품의 멸균성을 유지할 수는 있지만 멸균 상태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다시 말하면, 더러운 용기를 무균처리한다고 해도, 멸균 상태가 되지는 않는다. 대신에 멸균 상태의 용기를 무균처리한다면 멸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