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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상식] 뮤지컬 OST는 왜 '넘버'라고 부를까? 본문
0. 정답 미리보기
노래끼리 편하게 구분하려고.
(1) 집필 과정에서 잦은 수정을 반영하기 위해서
(2) 동일한 이름의 곡들끼리 헷갈리지 않기 위해서
(3) 악보를 구분해서 연습과 연주의 편의성을 갖기 위해서
라고 그 이유를 추측하고 있습니다.
1. 극과 음악의 종합예술, "뮤지컬"
뮤지컬은 재미있다.
뮤지컬은 춤과 연기를 비롯한 연극적인 요소에 노래와 효과음과 같은 음악적인 요소가 어우러진 공연을 일컫는다.
춤과 노래를 따로 관람해도 즐거운데, 동시에 관람할 수 있으니 편리하게, 더 큰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뮤지컬 안에는 매력적인 배우들의 춤과 연기도 있고 흥미진진한 스토리도 있지만,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무래도 "노래"가 아닌가 싶다.
이름부터 'MUSIC'AL이 아닌가?
[사족] 실제로 뮤지컬이라는 명칭의 탄생 어원을 파헤쳐보면, 명확한 이론이 없기는 하지만, 대체로 'Musical play' 'Musical production' 'Musical comedy' 등 음악이 동반된 작품을 뜻하는 단어에서 왔다. [사족 끝]

2. 뮤지컬 명곡, "명넘버"! 어떤 곡이 있을까?
뮤지컬 넘버 중에는 꼭 스토리 순서대로 듣지 않아도 감동적인 노래들이 많다.
대표적인 명곡을 소개해보자면, (나는 정말 뮤알못이라 숨겨진 명곡들보다 실제로 내가 고등학생 때 듣던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컬의 명넘버로 손꼽히는 곡들을 소개해본다.)
(1) Memory (뮤지컬 '캣츠')
(2) Phantom of the opera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3) Think of me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4) Last night of the world (뮤지컬 '미스 사이공')
(5) Le temps des cathédrales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6)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뮤지컬 '레 미제라블')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세계적인 가수 ABBA의 명곡을 넘버로 사용한 '맘마미아',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크게 유행한 '모차르트', '웃는 남자' 등 넘버가 훌륭한 뮤지컬은 정말 많다.
3. OST란 무엇인가? 그 뜻과 유래!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용한 배경음악, 삽입곡, 그 외에 각종 노래를 우리는 OST라고 부른다.
OST는 "Original SoundTrack"의 줄임말이다.
이 단어가 만들어진 배경을 살펴보면,
처음 동영상 매체(영화나 드라마)가 만들어질 때는 동영상을 제작하기 위하여 노래와 화면을 각각 녹음/촬영하여 동기화하는 작업을 통해 제작했다.
이 때 제작된 동영상을 위해 녹음했던 배경음악을 따로 모아 상업적으로 출시했는데, 그 때 "A 영화의 Original Soundtrack 입니다~" 와 같은 식으로 홍보하며 사용하던 것에서 유래됐다.

4. 근데 왜 뮤지컬만 '넘버'야?
오페라도 OST, 드라마도 OST, 영화도 OST인데...
왜 뮤지컬만 넘버야?
뮤지컬의 음악은 본래 악기로 연주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음악을 연주하려면 악보가 있기 마련인데, 연주할 곡들이 이 악보 하나에 연달아 적혀있었다.
하지만 악보가 한 두장도 아니고, 편의를 위해 악보에 번호를 붙이기 시작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그 이유를 견해로 추정할 뿐인데, 크게 3가지 견해가 있다.
(1) 집필 과정에서 잦은 수정을 반영하기 위해서
(2) 동일한 이름의 곡들끼리 헷갈리지 않기 위해서
(3) 악보를 구분해서 연습과 연주의 편의성을 갖기 위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1번 혹은 2번의 이유로 생겼다고 보고 있다.(3번도 2번의 연장선이다)
4-1. "대본이 바뀌면 제목도 바뀐다" : 집필 과정에서 잦은 수정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누구에게나 창작은 고통이다.
대본을 쓰는 사람도 마음같아서는 한번에 완벽한 스토리를 쓰고 싶겠지만, 분명히 수도 없이 스토리를 수정해야 한다.
군사정권의 압박과 같은 어른의 사정이 있을 수도 있고, 장인정신이 발휘되어 다 쓴 스토리가 마음에 안 들 수도 있다.
이유가 뭐든지 연주자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어제 연습하던 "대성당들의 시대"가 내일이 되니 "대사찰들의 시대"가 되어 있다면 헷갈릴 수 밖에 없다.
이런 잦은 수정으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제목 대신 번호를 붙여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 첫번째 추측이다.
(현재 가장 많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추측이기도 하다.)
4-2. "첫번째 버전이야, 세번째 버전이야?" : 동일한 이름의 곡들끼리 헷갈리지 않기 위한 것이다.
뮤지컬에는 동일한 곡이 여러 버전으로 녹음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여러 번 사용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극적인 효과를 노리는 경우도 있고, 비슷한 멜로디를 사용하지만 다른 노래를 만드는 경우도 있겠다.
배우, 곡, 가사, 멜로디, 모든 것이 바뀔 수도 있고 바뀌지 않을 수도 있는, 슈뢰딩거의 넘버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것을 "리프라이즈(Reprise)"라고 한다.
그런데 지휘자가 "Do you hear the people sing? 연주합시다."라고만 하면, 혼란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배우도 악기도 틀리기 싫어서 눈치만 보게되는 것이다.
이렇게 곡의 이름이나 가사로만 연주한다면, 혼란이 생기는 것이 당연해보이는데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 지휘자가 "이 대사 마치고 1번 연주 들어갑니다." "암전 들어가고 무대 장치가 바뀌면 3번 연주합니다." 와 같은 식으로 번호를 붙여 지휘자와 연주자 사이에 혼선이 생기는 것을 막은 것이라는 추측이다.
나누고 보니까 배우들도 호흡을 끊어가기 편하고, 악기도 혼란이 없어서 폭 넓게 전파되었다는 이야기다.
4-3. "끊어갑시다!" : 출판사의 편의를 위해 구분한 것이다.
(이 추측은 2번 추측에 덧붙이는 성격이 강하다.)
시간이 지나고 뮤지컬 음악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높아짐과 동시에 개인별 음악 재생 기기가 보급되는 등 기술적인 진보가 이루어지자, 배급사들은 이 음악들을 녹음하여 돈방석에 오를 궁리를 하게 된다.
그런데 일반 음악은 한 곡당 악보가 하나라서 차례차례 녹음하고 편집하면 됐지만, 뮤지컬 음악은 악보가 하나다.
몇 시간짜리를 한 번에 녹음한다?
돈 앞에 극한의 가능충인 업자들에게 물론 가능은 하겠지만, 한 곡짜리는 용량도 무지막지하고, 녹음하는데 엄청난 고생이 필요하다.
그런데 악보에 적힌 번호를 통해 나누면 어차피 관객이 듣는 노래는 그렇게 끊어지기도 하고, 곡의 길이도 적당하게 나누어지니까 '이거다!' 싶었던 거다.
그렇게 음악을 출판하게 되고, 앨범에 수록된 카탈로그에 각 곡을 번호를 붙여 기재하던 것이 유래라는 추측이다.
(이건 영어 구글링 결과로 찾아본건데... 개인적으론 제일 재미있다)
5. 마치며
결국 정리해보자면, 뮤지컬 OST를 OST라고 부르지 않고 '넘버'라고 부르는 이유는,
"여러 개의 곡을 편하게 구분하기 위해서이고, 수정 상의 편의 / 구분 상의 편의 / 유통 상의 편의 등으로 그 이유를 추측할 뿐이다" 라고 알아봤다.
그럼 모두 감미롭고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를 다양하고 꾸준히 들으며, 문화로 충만한 여가 생활을 즐기기 바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와... 근데 이거 솔직히 20분만에 쓸 이야깃거리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2시간 넘게 썼다. (흑흑 내 시간)
만약에 이 글에서 틀린 점이 있다면 언제든 알려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비전공자라, 지식의 경계선 밖에 있는 것은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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