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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들/고찰

자산과 투자, 그리고 열광하는 사람들

Lazy System 2021. 5. 10. 12:24



내가 많이하는 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이 자본을 벌고, 노동은 노동을 벌 뿐이다."
부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사회의 모습과 일하기 싫은 직장인의 모습에 착안해 누군가 만든 농담인데, 나이가 들수록 이 말을 듣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보다는 씁쓸함이 더 남는다.

불로소득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은 끝이 없다.
자본으로 구축한, 알아서 굴러가는 자산 파이프라인을 통해 알아서 들어오는 돈으로 느긋하게 삶을 즐기고 싶은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모습이다.
요즘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화제가 된 라이프스타일인 파이어족(FIRE :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이라는 단어가 이런 욕망을 잘 보여주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필요한 예산을 정하고. 목표 금액이 모이자마자 퇴사하는 사람들의 후기는 업무에 시달리는 수많은 직장인을 설레게 하고는 한다.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 1순위는 단연코 투자다.
금융전문가부터 주부와 학생들까지, 부동산부터 가상화폐까지.
투자의 모습은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고 사람들의 대화도 어느새 수익률과 종목에 대한 토론으로 넘어가기 일쑤다.
이러한 투자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단순히 소득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자산관리의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개인적으로는 이 열광적인 관심을 "자본의 증식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신분을 상승하고자 하는 야망의 표현"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하지만 난 그런 목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뭐, 부자가 되는 것을 내심 바라긴 하지만 난 일을 계속하며 자녀의 결혼식 비용을 해결할 정도로만 모으는 것이 목적이다.
남들처럼 열정적으로 파고드는 것도 좋지만, 내 삶을 즐기면서 천천히 상승하고 싶다.
부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는 없겠지만, 비교적 자유롭고 싶은 마음이다.